1. 영화소개
개봉 : 2024년 2월 22일
상영시간 : 134분
감독 : 장재현
제작비 : 140억
손익분기점 : 330만
출연 :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파묘 영화는 국내에서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로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였다면 파묘를 의뢰한 박지용이 주인공이었을 것이나, 파묘 영화는 전문가들이 주인공으로 하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영화입니다.
파묘 영화는 2월 22일 개봉일 첫날의 관객수가 35만 명을 기록하고, 빠르게 손익분기점인 330만을 돌파하며 개봉 10일 만에 500만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장재현 감독은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 문화를 영화로 풀어갈까 고민을 했고, 장례지도 자격증을 따며 15차례 이장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또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쳐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아래에는 다소 상세한 줄거리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 등장인물
1) 김상덕(최민식) : 국내 최고의 지관/풍수사
김상덕은 높은 평판과 입지를 가진 지관으로 곧 독일인과 결혼할 딸을 두고 있습니다. 딸의 결혼식을 위해 화림이 가져온 의뢰를 접수하고자 하지만, 묫자리를 살펴본 후 불길함을 느껴 거절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갓난아이인 아들을 살려달라는 박지용의 부탁을 끝내 거절하지 못합니다.
2) 이화림(김고은) :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
이화림은 젊은 나이에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으로 미국 LA에서 박지용이 처한 문제의 원인이 묫바람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박지용에게 이장을 제안하면서 거액의 의뢰받아옵니다. 유창한 일본어와 과거 장면으로 볼 때, 일본 무속계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3) 고영근(유해진) : 전직 대통령까지 염했던 장의사
고영근은 지관 김상덕과 함께 일하는 장의사로 대한민국 명인 인증을 받았습니다.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했고 전직 대통령을 염했던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열 장의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명인 장의사답게 온갖 종교에 맞춰 장례를 주관할 수 있습니다.
4) 윤봉길(이도현) : 경문을 외는 법사
윤봉길은 무당 이화림과 함께 활동하는 굿판에서 북을 치는 악사이자 경문을 외는 법사이며 귀신을 몸에 받는 신주 노릇도 할 수 있습니다. 네 명 중 가장 젊고 경력이 짧으며, 화림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제자입니다.
본래 야구선수였으나 신병을 얻어 그만두며 가족에게 버림받고, 박수가 될 팔자를 갖고 있었으나 화림을 만나 그 곁에 머물면서 박수가 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3. 줄거리 : 근처에만 가도 다 죽이는 일본귀신
무당 화림과 그녀의 제자인 법사 봉길은 LA에서 의뢰인의 집사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을 만납니다. 그는 자신의 고용주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동산업을 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태어났을 때부터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갓난아기가 입원 중인 병원에 도착했고, 아기는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휘파람을 불며 아기의 반응을 살피던 화림은 병실에서 모두를 내보내고 봉길과 자신만 남아 경문을 외우며 아기의 눈동자를 확인합니다.
화림은 이 경우는 묫바람, 쉽게 말해 조상 중 누군가가 묫자리가 불편하다며 지랄하고 있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이후 LA에서 돌아온 화림과 봉길이 김상덕과 고영근이 고기를 구워 먹던 사무실에 도착해 엄청난 부자집안에서 묫바람이나 고액의 의뢰를 받아왔다고 전합니다.
이장 한 번 하는데 5억을 주는 이 사건의 의뢰주 박지용은 집안 어른들의 이장하는 것에 반대가 심해 아무도 모르게 관째로 화장해 달라고 합니다.
일단은 묫자리부터 보기로 한 상덕일행은 한낮임에도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묘소를 찾아가는 중 묫자리와는 상극인 여우들을 마주합니다. 산 정상 탁 트인 자리에 볼품없이 방치된 묘의 비석에는 이름은 없고 알 수 없는 숫자만 적혀있습니다. 여러 정황을 생각해 정리한 상덕은 이런 데는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닌 악지 중의 악지라며 잘못 손댔다가는 깡그리 다 줄초상 난다며 이번 일은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상덕은 아들 좀 살려달라는 말에 설득당하고, 화림은 험한 일을 막아달라는 의미로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인 대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합니다.
돼지띠 일꾼 다섯과 통돼지 다섯을 준비해 돼지띠 일꾼들이 삽으로 묘를 파헤칠 때마다 화림은 돼지를 칼로 난자합니다. 마침내 관을 밖으로 꺼냈고, 영근은 왕족이나 쓸 법한 귀한 향나무관이라며 놀랍니다. 상덕은 잘 썼다며 100원 동전 하나를 묫자리에 던지고 내려갑니다.
파묘를 했던 일꾼 중 한 명이 혹시나 묫바닥에 돈 될 만한 게 없는지 삽으로 파헤치다 뱀을 발견하고 허리를 삽으로 찍어버리는데,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내지르더니 인간 여자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돌풍과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상덕은 지용에게 비 오는 날에 화장하게 되면 고인이 좋은 곳에 갈 수 없으니 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켜 놨다가 손없는 날에 화장을 하자고 합니다. 고영근이 미리 섭외해 놓은 장례식장, 영안실 관리자는 관이 향나무관임을 알아봅니다.
상덕은 묘소 가는 길에 봤던 보국사를 찾아가 그곳에 기거하는 보살에게 오늘 자신들이 파묘했던 산꼭대기 묘에 대해 물어봅니다. 보살은 한 때 그 묘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었다며, 관 속에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있을 거라는 소문에 도굴꾼들이 한동안 설쳐 묘 주위에 경계가 삼엄해졌다고 말합니다. 보살은 보국사에 모였던 도굴꾼들이 시도도 못하고 경찰에 잡혀 그 도굴꾼무리의 장비가 창고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영근이 근처 국밥집에서 밥을 먹는 사이 영안실 관리자가 몰래 다시 돌아와 파묘한 관 뚜껑을 열려하고, 거의 다 열릴 때쯤 화림과 봉길이 영안실에 도착한 순간 관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와 화림을 통과해 지나가고 화림은 혼절합니다.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던 화림은 코피를 흘리며 관에서 험한 게 나왔다고 합니다.
고인의 혼령은 자손들을 죽이며 돌아다니고, 마침내 아기마저 죽이려 했을 때 상덕이 고모에게 연락해 갓 태어난 손자마저 잃기 전에 화장을 하자고 합니다. 관이 불타고 증손자의 목숨까지 뺏으려 했던 혼령이 고통스러워하며 사라집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던 때, 영근은 상덕에게 지난 파묘 작업 일꾼 중 한 명이 동티가 난 것 같다며 보러 가달라고 부탁합니다. 일꾼은 당시 묫자리에서 삽으로 뱀 한 마리를 건드려, 영적 존재를 노하게 하였을 때 그 존재가 자신을 노하게 한 대상에게 보복성 벌을 내리는 동티가 난 것 같다며 상덕에게 그 뱀의 사체를 찾아 치성을 드려 천도시켜 달라고 부탁합니다.
홀로 다시 무덤에 찾아간 상덕은 삽으로 묫자리를 훑다 여자의 얼굴을 한 뱀의 사체를 보고 놀라며 삽으로 바닥을 찍었고, 나무통이 울리는 느낌에 땅을 더 파보자 정체불명의 거대한 관이 아래쪽에 하나 더 묻혀있는데, 관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첩장임을 알게 됩니다.
네 사람이 다시 산에 올라가 수직으로 박혀 있는 관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탕을 파자 철조망 같은 것이 여러 겹 감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림은 관을 건들지 말자고 하지만 상덕이 이 집안의 어른일 텐데 이렇게 두면 안된다고 하여 로프를 이용해 관을 밖으로 꺼냅니다.
관은 사람의 관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고 운구차에도 다 실리지 않습니다. 일행은 보국사로 찾아가 묘지에서 첩장으로 보이는 관이 하나 더 나와 유족들과 사후처리를 논의할 때까지 하룻밤만 절에 보관하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상덕은 고인이 일제강점기에 고관대작을 지낸 매국노로 묫자리를 소개해준 스님이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고모는 아버지가 친일파였기에 무라야마 준지라는 일본인 풍수사에게 부탁하여 묫자리를 받은 것인데, 평생을 일본에 충성했던 아버지에게 어째서 이런 악지를 알려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근이 가위눌린듯한 신음을 내다가 옆 자리의 봉길이 신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봉길이 눈을 뜨자 처참한 모습의 보살님이 그의 배 위에서 "내 간을 빼갔다"며 발을 구릅니다. 봉길이 급히 보살님을 찾아 본당으로 가보고, 관을 놓아둔 창고를 확인해 보자 문이 단단히 잠겨있습니다.
마을 멀리 축사에서 돼지들의 단말마가 들리고 돼지 몇 마리의 배가 터져 죽어있으며, 축사노동자로 보이는 누군가는 무언가에 의해 멱살이 잡혀 목이 뜯기고 몸이 분리됩니다. 근처 텃밭에는 배가 난자된 보살님의 시신이 보입니다.
봉길은 차 안에서 자고 있던 화림을 깨우고 창고로 달려가는데, 관 뚜껑은 다 터져 있고 관을 휘감고 있던 철조망도 전부 끊어져 있으며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홀로 창고에 남아있던 화림은 관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지네 장식이 붙어있는 사무라이 투구였습니다. 곧이어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일본 갑옷을 입은 거대한 거인의 형체를 확인합니다.
4. 해석
1) 파묘
파묘는 이름 그대로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하기 위해 기존에 만든 무덤을 파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묫자리를 잘못 써서 후손들에게 불운이 닥치는 묫바람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면 파묘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2) 주인공들의 이름과 차량번호
주인공들의 이름은 독립운동가들의 실제 이름으로, 화림의 동료 무당 두 명도 독립운동가였던 오광심, 박자혜와 같습니다.
상덕과 영근이 운영하는 사무실 '의열 장의사는 '의열단'이 연상됩니다.
영근의 차량 번호는 49파 0815 : 49재의 49, 파묘의 파, 광복절의 0815
영근의 운구차 1945 : 광복 당해 연도
화림의 차량 번호는 19무 0301 : 삼일운동
3) 묫자리와 상극인 여우
여우는 굴을 파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여우가 있는 곳에 묫자리를 쓰면 묘를 파버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4) 간병인이 갓난아기에게 불러주던 자장가
박지용의 갓난아기에게 간병인이 불러주던 자장가인 rock a bye baby의 가사 내용은 '바람이 불면 요람이 흔들리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요람도 아기도 떨어진다'라는 아기에게 닥칠 위험을 암시합니다.
5) 일본귀신과 한국 귀신
한국 귀신들은 '전설의 고향'에서 처럼 각자의 사연과 한을 갖고 있으나, 일본 귀신들은 '주온, 링'처럼 원한의 결집체라 제대로 된 대화도 안되고 사람을 무조건 죽이려 합니다.
6) 기순애 = 키츠네 = 여우, 범 = 한반도의 형
기순애는 여우의 일본말인 키츠네에서 온 것이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은 여우를 뜻하는 일본이 한반도의 지리적 형상인 범의 허리에 쇠말뚝을 박은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5. 관람후기 : 오컬트 영화인가? 민족주의 영화인가?
돈을 내고 공포를 사는 오컬트영화는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는데, 얼떨결에 보게 되어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냥 무덤 파내고 무당 나오는 영화인 줄 알았거든요. 그날따라 두꺼운 쟈켓을 입고 영화를 봤는데 어찌나 어깨가 무겁던지, 이도현 님 배 위에서 발을 구르는 모습이 자꾸 생각나 잠자리가 뒤숭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오컬트영화임에도 불구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연기파 배우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아주 잘 연기하셨고, 그 합도 잘 맞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오컬트 영화라고 하기엔 민족주의적 요소를 녹여내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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