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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스틸라이프 still life>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

by 스윗롱롱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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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의 사전적 의미는 정물화지만, 정물화처럼 '고요한 삶'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 차 공무원 존 메이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주 업무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지인을 찾아 장례에 초대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입니다. 매일 같은 옷, 같은 길, 같은 식사, 같은 일을 반복하며 혼자 살고 있는 존 메이.

 

그러던 어느 날 존의 바로 맞은편 아파트에 살던 '빌리 스토크'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같은 날 회사로부터 정리 해고 통보를 받은 존은 자신의 마지막 의뢰인을 위해, 처음으로 담당 지역을 벗어나게 됩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의 삶을 뒤쫓아 가는 존 메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 영국, 이탈리아

개봉 : 2014년 6월 5일

상영시간 : 93분

관객 수 : 5,391명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

주연 : 에디 마산(존 메이 역), 조앤 프로갓(캘리 스토크 역)

 

2. 줄거리 : 당신의 죽음을 기억할게요.

주인공 존 메이는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 차 공무원입니다.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 유품을 단서로 삼아 장례를 치르고, 고인들의 지인에게 부고를 전하고, 장례식에 초대하지만 고독사한 고인들 대부분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단절되었기 때문에 대체로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참석을 거부하게 되면 그 사건은 종료됩니다. 

 

사무적인 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고인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그는, 다른 공무원들과는 달리 가족들도 지켜주지 않은 고인들의 마지막 사진 한 장을 챙겨 앨범에 소중히 간직합니다. 원래대로라면 버려졌을 유골을 혹시 찾아올 지인들을 위해 기간보다 더 오래 보관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좋은 자리에 뿌려주기까지 합니다. 그는 고인들의 종교에 맞춰 장례를 치러주고, 남겨진 사진들의 단서를 조합해  조문객이 없어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지만 한 명 한 명에게 맞춰진 추도문을 써주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맞은편 아파트에 살던 '빌리 스토크'의 고독사 사건을 맡게 됩니다. 그는 고인의 집에서 딸의 성장앨범과 단서들을 챙겨 사무실로 복귀합니다. 새로 부임한 그의 상사는 그의 꼼꼼하지만 느린 업무처리와 화장 대신 장례를 해서 낭비한 비용이 많아 해고되었다고 전합니다. '빌리 스토크'의 고독사가 그의 마지막 업무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3일밖에 없어서 그는 저녁에도, 업무시간 외에도 담당 지역을 넘어서까지 고인의 흔적을 찾아다닙니다. 그가 마지막 업무를 위해 애쓸 동안, 새로 부임한 담당자는 기간 전에도 유골을 버리는 등 빠른 일처리를 보여줍니다. 그의 상사는 장례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슬픔을 나눌 필요가 있는지, 존 메이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얘기를 합니다. 존 메이는 마지막 업무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상사는 해고 서류 결재가 나서 재결재는 불가하니 개인 시간을 이용해 처리하라고 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스토크의 딸인 '켈리 스토크'와 만나게 될 수 있게 된 그는 낡은 앨범을 교체하고 사진을 소중히 옮겨 찾아갑니다. 그녀에게 그의 부고를 전하며 앨범을 전합니다. 스토크는 알코올중독자로 감옥을 전전했는데, 그녀가 면회를 간 그날 감정이 격해져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인 점보아저씨를 소개합니다.

 

점보는 빌리와 함께 전쟁에 참전했고, 점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빌리가 구해준 덕이라고 합니다. 빌리가 알코올중독이 된 것은 전쟁후유증 때문일 거라고도 합니다. 사람을 죽이던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존 메이는 점보로부터 길거리 노숙 생활을 했다는 정보를 얻습니다.

 

노숙자들이 알려준 것은 빌리가 아내를 만나게 된 과정이었지만, 아내도 이미 죽은 입니다. 그는 빌리의 장례를 준비합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관, 좋은 땅, 비석을 친구처럼 준비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입무를 마치고 퇴사를 준비하던 중 존 메이는 장례식에 찾아오겠다는 켈리의 전화를 받습니다. 켈리와 존 메이는 장례가 끝난 뒤 차를 마시기로 합니다.

3. 결론 : 나의 죽음은 누가 기억해줄까?

켈리에게 줄 선물을 사고, 건너편에 있는 버스를 타려고 무단횡단 하던 존 메이는 버스에 치여 사망합니다. 며칠이 지난 빌리 스토크의 장례식, 존 메이는 가족도 지인도 없었기 때문에 그도 다른 고인들처럼 쓸쓸하게 장례 장소로 옮겨집니다. 한 편 빌리의 장례식에는 그가 찾아갔던 빌리의 지인들이 모두 찾아옵니다. 켈리는 그를 찾아 두리번거리지만 그는 관 속에 있습니다.

 

빠르게 묻혀 버린 그의 장례식에 그가 장례를 치러드린 영혼들이 모두 모입니다.

 

덤덤하고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 영화는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저는 존 메이의 노력으로 조문객이 많아진 빌리 스토크의 장례식과 대조되는 쓸쓸한 존 메이의 장례식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가 위로했던 고인들에 둘러 쌓여 따뜻한 장례식을 하게 되는 걸 보며 슬쩍 눈물 흘렸습니다. 차라리 켈리 스토크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찍을 것이지, 갑자기 사람을 죽이다니 너무하다 싶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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