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사회적 현실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

by 스윗롱롱 2024. 1. 18.
반응형

1. 영화소개 : '전주 콜센터 자살'로 검색되는 사건

영화 다음 소희 포스터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주에서 있었던 故홍수연 양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홍수연 양은 대기업 통신회사 '계약 해지 방어 팀'으로 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업무 중에 온갖 성희롱과 욕설, 모욕 등을 들은 홍수연 양은 친구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저수지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콜센터에서는 14년도 10월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단기간의 이슈가 됐을 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주리 감독은 콜센터의 환경, 구성요소, 근무조건을 가급적 사실적인 것들로 채워, 이 영화로 사회적 고발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상영 시간 : 138분

개봉 : 2023년 2월 8일

관객 수 : 11만 명

감독 : 정주리

출연 : 김시은(소희 역), 배두나(유진 역)

2. 줄거리 : 이 거지 같은 현실

춤을 사랑하는 학생 소희는 친구와 곱창 가게를 갑니다. 라이브 방송을 하던 친구를 보며 별풍선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아저씨들에게 강하게 항의할 정도로 당찬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소희는 원주생명과학고 애완동물관리과를 나왔지만 대기업 콜센터 하청업체 휴먼앤넷으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그래도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 됐다고 좋아하는 소희. 폭언이 난무하는 실습현장에서 "버텨야 된다"라고 말하는 선생님은 사무적으로 근로환경이 좋다고 표기합니다.

 

소희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급여와 달라 항의하자 현장실습과 수습기간이라며,  근로계약서에도 급여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동료는 1시간 동안 전화에 시달렸지만 돌아오는 건 질책뿐입니다. 오직 실적과 방어율만이 중요했습니다. 소희는 정해진 콜수를 채우기 위해 일하던 자리에 앉아 김밥을 먹고 야근도 해야 합니다.

 

변태 같은 고객에게 걸린 건 그저 재수 없는 일일 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나마 인간적으로 대해주던 팀장이 투서를 올리고 자살했지만, 새로 온 팀장은 일단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요.

 

회사는 부당노동 강요와 불합리한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투서를 올린 팀장의 장례식에 아무도 못 가게 하고, 전 직원에게 해당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을 강요하며 해당 각서에 서명시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소희가 서명하지 않자 소희만 빼고 다 서명했다며 서명을 강요하고 상여금을 건넵니다. 이날 이후 소희는 뭔가 달라졌습니다.

 

소희가 열심히 해서 센터 실적 1위가 되지만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정직원과는 다른 급여를 받고, 실습생들이 자주 그만둬서 인센티브는 1~2달 뒤에 나온다고 합니다. 동료들은 소희 때문에 높아진 목표로 힘들다고 합니다. 위약금을 내고 해지하겠다는 고객이 해지방어를 위해 28번이나 뺑뺑이 돌려진 뒤 소희에게 연결되자 소희는 해지방어를 하지 않고 바로 해지안내를 합니다. 그러자 미쳤냐고 말하는 팀장에게 대들어 무급휴직 3일을 받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 장면, 방황하는 소희

 

소희는 친구와 술을 먹고 친구가 토하는 틈을 따 깨진 유리병으로 손목을 긋습니다. 선생님은 회사 앞에까지 찾아가 싹싹 빌었다며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면서 말입니다. 결국 소희는 차가운 저수지로 걸어 들어갑니다. 외관상 별 다른 점이 없어 자살로 추정되는 이 사건을 오유진 형사(배두나)가 맡게 됩니다.

 

3. 결말 : 어디에나 있는 현실

소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휴먼앤넷을 방문한 형사 유진은 전팀장 자살사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내부고발자지만 가해자로 몰아가 세상 바람둥이에 노름꾼으로 만들어 버린 상황도 알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취업률 떨어뜨린 학생들에게 빨간 명찰이나 조끼로 취업률 떨어뜨린 '병신'의 낙인을 찍는다고 합니다.

 

소희는 정시에 끝난 적이 없이 일했지만 86만 원, 116만 원, 127만 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인센티브 받기 위해 자발적 초과 근무를 했다는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협의대로,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2중 계약서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하자 회사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라면 그냥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가정 형편도 안 좋고 돈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그 학생의 자살로 피해를 입은 건 회사라면서 말이죠.

 

단순 자살 사건이 아니라 명백한 산재라는 유진. 대학 생활의 인턴쉽 정도로 생각한 현장실습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존중받지도 못하고 더 무시당하면서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씩씩하고 자기주장도 확실했던 소희는 취업률에 급급하여 전공과는 전혀 다른 취업을 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신입생 모집률, 졸업생 취직률로 학교가 평가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일하다 죽어도 누구 하나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소희의 장례는 치러집니다.

 

모든 것이 지워진 소희의 폰에는 홀로 춤 연습하던 동영상만이 남아있습니다. 잘 안되던 동작을 성공하자 밝게 웃으며 춤을 추는 소 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유진이 우는 모습을 끝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영화 다음 소희 장면, 울고있는 학생들

 

마이스터고등학교는 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 발전시킨 고등학교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해당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고등학교입니다. 바이오, 반도체, 기계, 로봇, 자동차, 철강, 해양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전국 각지에 있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지만 특성화 고등학교로 분류되지 않고 특수목적 고등학교로 분류됩니다.

 

초/중등교욱법시행령 제90조 제1항 제10호의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로, 거의 모든 비중이 진학이 아닌 취업에 쏠려 졸업생들 대부분이 산업현장에 취업합니다. 학생들이 수업료와 입학금을 내지 않는 경제적 장점이 있지만,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 정부지원금이 달라지는 구조로, 당초 학교 개설 목적과는 다르게 오직 취업만을 위한 학교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소희가 일하던 곳은 고객들에게는 '해지 안내' 팀이지만 실제로는 '해지 방어' 팀으로 성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난 곳으로 유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도하고 부당한 업무에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아이들이 기댈 곳 없는 현실이 객관적으로 잘 반영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다음 소희 장면 중, 마지막으로 소희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있는 형사 유진

 

요즘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전화를 받는 상담원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소중했을 소희가, 이 거지 같은 현실 속에서 '죽음'만을 한줄기의 구원의 빛처럼 느껴졌을 거라는 게 참담합니다. 잘 안되던 동작도 꾸준히 연습하면 할 수 있는 것처럼, 꿈 많은 아이들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당차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반응형